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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
사람은 아름다울 게 별로 없다. 외모 옷 소유물 건조한 지식 이것들은 잠깐 빛날 수는 있어도 어느 순간 다시 보면 낡고 지저분하고 모순적으로 보인다. 먼지와 같은 것들이다. 사람은 그 먼지에 둘러쌓여 있는 또 다른 먼지일 뿐이다. 사람이 그 먼지들을 뚫고 나오는 아름다운 빛이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을 만드는 것들은 오직 우정, 따뜻한 공감, 희생, 연대, 사랑 뿐이다. 나머지는 다 먼지들이다.
그 모든 비극들과 상처들에도 불구하고.
답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기만을 생각하라. 그 상황에서는 그게 답이다.
가장 소중한 하루다. 나의 책임을 다하고 내가 나아질 수 있고 내가 가장 행복해할 수 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날이다.
이것은 행복하고 더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이라는 걸 알았다. 매일마다 새로와지는 방법을 생각하고, 실천하고, 왜 새로와지지 않았는지 반성하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새로워지면서 의미있는 하루를 만들어나가면서 행복과 기쁨과 자유를 느끼는 것.
숱한 위기와 죽을 고비를 넘기고 30년간의 통증을 견디며 살아온 나다. 사람을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고 이익보다는 의리를 먼저 생각하며, 승진이나 고과따위 거의 신경쓰지 않고 책임에 집중해야 한다는 신념을 꿋꿋이 지켜가며 살아온 나다. 나는 강하다.
크게 안 좋은 일이라도 어차피 일어난 일이라면 아무 일도 아니라고 간주하고 더 생극하지 않으면 그걸로 깨끗이 끝이 난다. 그래야 지금을 즐겁게 살고 더 나은 내일을 바랄 수 있다. 삶의 nadir라고 느껴질 때 그 때가 순전히 nadir는 아니고 그 안에도 기쁨이 있고 배움이 있고 인연이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이후에는 다시 오르막일테니. 삶은 오르막과 내리막. 현실적인 일들도, 감정도, 인연도. 내리막이라고 down될 필요 없다. 경사가 완만하다 하더라도 반드시 오르막이 있을테니. 지금을, 내일을 힘차게, 즐겁게 산다면.